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7월 3일, 나는 아버딘 순회영사를 오신 대한민국 영사님을 만나러 타운으로 나갔다.
2013년에 시민권을 취득했으니 2년만에 미루어 오던 국적상실신고를 하기 위해서 였다.
영사님께 예의를 갖춰 먼저 인사를 하고 국적상실신고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국적 상실이라는 단어를 제 입으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나의 목소리에 약간의 미동이 느껴지는것을 느꼈다.
그런데 서류를 접수하시는 영사관님은 아무렇지 않게 준비된 서류를 확인하셨다.
영사님의 그런 사무적인 모습이 차라리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확인을 여러번 마쳤다고 자신했는데도 막상 가서 보니 중요한 서류인 '국적상실신고서'를 깜박하고 집에 놓고 온 것이었다.
늘 이런식이다.
하지만 영사님이 서류를 따로 준비해놓은 덕에 국적 상실 신고를 마칠수 있었다.
나의 30년 인생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나즈막히 입을 열었더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단다.
새로운 국가에서 그 나라의 거주자로서, 시민권자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양국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면 되는것이지 국적은 그저 종이 쪼가리 밖에 안되는 서류뿐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비록 서류상으로는 한국 국적이 사라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한국인이 아니겠냐며, 그런 마음으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영국인으로서 열심히 살면 그게 정말 멋있는 삶이라고,,
그래, 그게 맞는 말씀이었다.
이제 한국 여권은 어차피 필요가 없는 것이었기에 대사관으로부터 반송을 안받아도 되었지만 나는 나의 마지막 여권을 보관하고 싶었다.
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나의 과거가 기록되어있는 증표이기에 반송을 결정하고 반송비용으로 2파운드를 추가로 지불했다.
주말이 지나고 이번주 화요일, 이제 한국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발급받은 여권에 폐기처리를 알리는 구멍이 뚫려서 도착했다.
국적상실신고처리는 최장 6개월까지 걸린다고 하나 보통 통계적으로 보면 3개월이면 호적정리가 다 된다고 한다.
그럼 이제 나는 해외동포가 되겠지.
너무나 간단하게 끝나버린 국적상실신고, 그래도 해놓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후련하다. 이제 다음 차례는 거소증 신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