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처음 부딪혀야 했던 가장 실질적인 문제는 바로 영국 영어에 익숙해 지는 것이었다. 초등학교서 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긴 시간동안 철저히 미국식 영어로 교육이 된 나에게 다소 딱딱하게 들리는 영국식 발음은 마치 다른 나라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 문제는 사실 한국에서 처음 신랑을 만났을때부터 지속되어져 왔었지만 사실 신랑의 억양은 다른 영국 사람에 비해 좀 유연했던 편이었다는걸 영국 현지와 와서 절실히 느꼈다. 특히 한국의 '사투리'가 있듯 영국 전역에도 그들만이 쓰는 지역 사투리 널려있다. 심지어 잉글랜드의 수도인 '런던'에도 런던인들만의 억양이 있고, 스코틀랜드에도 스코티쉬만의 강한 억양이 있다. 사투리가 심한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할 때면 나의 머리는 스팀을 뿜어내며 그대로 작동이 멈춰버리곤 했다. 이건 마치 한국 사람이 제주 현지민을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영국 영어의 억양도 문제지만 영국에서만 쓰는 영어 단어를 배워야 하는 것도 또다른 문제였다. 많은 분들이 아실테지만 영국식 스펠링이 미국식 스펠링과 다른 경우도 있고, 미국에서 빈번히 쓰는 영어단어이지만 영국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영어의 본고장이 '영국'이라는 영국인들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미국식 영어를 쓰면 무지하게 싫어한다. 어떤 경우엔 나의 잘못된(?) 영어를 고쳐주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의 언어를 바로 쓰게 하려는 노력이 어찌 비난받을 일이겠는가? 이해가 되었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나의 영국식 영어를 배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나누어 보려한다.
에피소드 #1
banana와 tomato, water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실수할 수 있는 단어같다.
영국에 처음 왔을때 이미 입에 붙은 '버네너'와 '토메이토'. '워러'를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테이블 위에 있는 '바나나'를 보고 왜 이렇게 ' 버네너'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영국식 발음으로 바나나는 ' 바나나'이다. 그리고 토마토는 '토마토'이다. 물도 '워러'가 아니라 '워터'라고 한다. 어찌보면 스펠링 그대로 읽으면 되는 영국식 발음이기에 어려울 것도 없는데 문제는 그놈의 '익숙함'이다. 지금은 되려 '버네너'라던지 '토메이토'라는 말이 낯간지럽다. 이제는아무리 흉내내려해도 입이 거부해버리는 미국식 영어 발음, 이제는 Good bye!할 시간
에피소드 #2
어느날 남편과 함께 수퍼를 갔다. 차를 주차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내가 "저기 있는 주차장(Parking lot)으로 가보자" 라고 말을 했더니 신랑이 씨익 웃으며
"It is a 'Car park', not parking lot."
에피소드 #3
실용회화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I can/ I can't이다.
미국식으로 읽으면 ' 아이 캔' /'아이 캔트' 가 되지만 영국식 발음할땐 발음이 조금 변형된다. 영국에서는 'a'를 '아' 에 가까운 발음으로 소리내기 때문에 '아이 캔' 보다는 ' 아이 칸' 에 가깝에 소리내며 '아이 캔트'는 '아이 칸트'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 공식이 매번 성립되는건 아니다.
몇년전에 사진을 가르쳐 주시던 스코티쉬 할아버지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내가 꽃게(crab)을 어디서 살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 Do you know where I can get a crab?
그러자 할아버지가 갑자기 'ㅎㅎㅎㅎㅎㅎ' 하며 박장대소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왜 웃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웃음을 참으시며 말씀하시길 'In your toilet' 대답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꽃게 흉내를 내며 '크랍 크랍' 라고 다시 말했더니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아~~~ 크랩' 하면서 나에게 '크랍'은 다른 뜻을 말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물론 나도 안다.. 할아버지가 뜻하는 그 속어는 'CRAP' 이라는걸...
나는 다만 crab의 'a'발음을 '아'소리로 바꿔 내어야 하는 줄 알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랩'이 아닌 '크랍'으로 바꿨는데 그게 틀린 소리음이었다. 혼란 스러운 경험이었다.